동심 우체통

글씨를 반듯하게 쓰고 싶어요.

2021.10.06

악필입니다. 심한 악필이에요.
저는 영어는 반듯하게 잘 쓰는데, 한글은 삐뚤빼뚤 지저분하고 못생기게 씁니다.

몇 번 악필교정 책을 사서 연습도 해보았으나 큰 효과가 없네요.ㅠㅠ

요즘 같은 세상에 글씨 쓸 일이 얼마나 있겠어 싶지만,
아들의 어린이집 수첩에 글을 적거나 일을 하며 메모를 끄적이는 등
저의 악필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이 적지 않더라고요.

저의 이런 고민에..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으신가요? ㅠㅠ
글씨체가 고민이시군요! 제 주변에 지인 중에는 그림을 엄청나게 잘 그리시는데 글씨는 엄청 못 써서 본인도 간혹 본인의 글씨를 못 알아보는 분이 계십니다. 며칠 전 논술 시험을 보러 갔다 온 저의 아들은 글씨를 못 써서 감점당했을 것이라며 속상해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글씨체가 빼어나게 좋은 분도 계시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리 잘 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연자님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책은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이란 그림책입니다. 앙통의 수박밭은 그야말로 완벽했습니다. 수박 한 통을 도둑맞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고작 수박 한 통을 잃어버린 것뿐이지만, 온갖 정성을 쏟던 앙통은 걷잡을 수 없이 깊은 상실감에 빠지고 맙니다. 그러나 앙통이 애지중지했던 수박은 겉으로 단단해 보이지만 실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쩍 갈라지고 아주 물렀습니다. 마치 빈틈없이 완벽해지고 싶지만 정작 작은 실수에 크게 상처받고 실패에 쉽게 무너지는 우리 모습처럼 말입니다. ‘완벽’에 대한 강박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이고 최선을 다하는 만큼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사소한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실수’입니다
캔버스에 찍은 작은 얼룩 한 점이 조그만 실수로 남을 수도 있고 위대한 생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실수는 숨기거나 숨길 필요가 없으며, 아름다운 것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자신의 실수를 새롭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면. 실수는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씨앗이 된다고 말입니다.

끝으로 스치듯이 보면 지렁이가 기어간 건가 하며 넘겼을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글씨 하나하나에 조형미의 진수임을 알게 해주는 한글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입니다. 이 책은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시각 예술의 일종인 캘리그래피를 보여줍니다. 1990년대 말부터 제품의 이름이나 책과 영화, 드라마의 제목 글씨 등에 쓰이면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캘리그래피를 대중에게 널린 알린 캘리그래피 작가 강병인의 글과 글씨를 통해 우리 한글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꽃, 바람, 봄, 숲, 춤 등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을 붓으로 힘차게 써 내려간 글씨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겨우내 얼어 있던 땅을 뚫고 새싹들이 돋아나는 ‘봄’,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뿌리와 잎사귀, 그리고 화려한 꽃봉오리까지 글자 그대로 꽃을 닮은 한글 ‘꽃’, 높은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품은 ‘숲’,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글자 ‘춤’까지,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글씨 속에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가 써 온 글자들 안에 이 땅의 모든 생명과 우리의 삶이 새겨져 있는 것이지요.

악필이라고 고민하시는 사연자님 글씨도 마음을 담아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아름다움이 내재 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갖고 개성 있는 글씨를 마음껏 쓰시기 바랍니다.

암사도서관 그림책 동아리 ‘책꼬지’ 드림
  • 앙통의 수박밭

    코린 로브라 비탈리

    그림책 공작소

    2021

  • 이름다운 실수

    코리나 루켄

    나는별

    2018

  •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강병인

    미래아이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