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우체통

저는 요즘 화가나요

2021.10.05

저는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코로나때문에 학교도 못가고 친구도 못 만나요
매일 마스크도 써야하고 친구를 만나도 얘기도 못해요
엄마도 선생님도 하지 말라고만 하고 내가 하고싶은건 다 안된다고 하세요
그래서 자꾸 화가나요
이럴 때 읽는 책은 무엇인가요?
코로나가 끝나면 자유롭게 나가서 실컷 놀거예요
빨리 코로나가 끝나면 좋겠어요
나의 화를 없애주는 마법의 책을 알려주세요
정말 정말 화가 날 거예요.
학교도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나고, 놀이터도 막아 놓고,
어린이 친구들에게 못하게 하는 것들이 많아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합니다.

‘눈물바다’라는 책에도 아주 화가 잔뜩 나고 억울한 일이 연달아 생기는 아이가 나옵니다.
참다 참다 터진 것은 바로 눈물!
울고 또 울고 하다 보니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맙니다.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 친구가 꼭 구해주고 싶은 인물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이 참 부러웠습니다.
이렇게 그야말로 세상이 떠내려가도록 울고 나면 얼마나 시원할까요? 지칠 때까지 실컷 울다가 개운하게 한 잠자고 나면 참 좋을 텐데 이제는 이렇게 맘 놓고 울기도 힘드네요.

화가 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아 답답할 때 저는 동네 뒷산 고덕산에 갑니다.
그저 걷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소리를 듣고, 흙냄새 꽃 냄새를 맡고, 땀을 흘리고 가끔 만나는 청설모 구경도 하다 보면 산에서 내려올 땐 훨씬 홀가분 해진 기분입니다.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 책은 이런 자연에서의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게임 못하게 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마지못해 나온 숲에서 달팽이도 만져보고, 버섯을 발견하기도 하다가 집에 돌아올때는 공기가 살짝 달라져 있음을 느낍니다.

친구는 우리가 사는 강동구가 마음에 드나요?
저는 다른 동네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온 지 몇 년 되었는데, 이 동네가 참 좋아요.
집 밖을 나서 조금만 걸으면 텃밭이 있고, 산책길로 근사한 고덕산도 있고 자전거 타고 슈웅 다녀올 수 있는 한강도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책을 보고, 단풍 드는 나무들도 보면서 우리 친구의 화가 조금은 풀리길 바랍니다.

암사 도서관 그림책 동아리 <책꼬지> 드림
  • 눈물 바다

    서현

    사계절

    2009

  •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미디어창비

    2017